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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김재진 산문집, 김영사

by 은하수여행가 2020. 12. 3.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김재진 시인, 김영사, 여자 친구와 찍은 사진

 

이 책은 20년 11월 1일에 나온 책으로 지금으로부터 한 달가량 된 책이다. 나는 보통 문학 작품을 자주 읽진 않는데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자마자 여자 친구에게 선물해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워낙 사람의 외로움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먹는 세태가 만연하기 때문에 이 책도 그러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김영사는 그런 책을 출간 할리 없다는 믿음이 있었고 작가의 작품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이 베스트셀러가 됐었음에도 오랫동안 출간하지 않았다 6년 만에야 출판했기 때문에 염려를 덜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4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나는 모두 인상 깊게 읽었지만 그럼에도 더 머리와 가슴에 남는 구절 몇 줄들을 소개하려 한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그 사람이 아끼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눈이 생긴다. 사랑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법. 요즘 말로 하면, 누군가를 애정 할 경우엔 그 누군가가 애정 하는 것에 대해서도 눈 하나가 더 생기는 것이다.

여자 친구와 사귀며 이러한 점을 많이 느꼈다. 여자 친구와 사귀기 전에 여자 친구는 내게 꽃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꽃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그녀가 좋아한다는 꽃에 관심이 생겨 원데이 클래스나 꽃집들을 알아보곤 했다. 이뿐만 아니다. 여자 친구는 중국학과라 중국에서 공부하기도 했고 중국에 관한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중국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얼마 없었다. 삼국지, 떠오르는 샛별,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졌다는 것. 그래서 최근 중국 관련 서적에 서평단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길이다. 또한 여자 친구와 함께 중국 관련 도서를 같이 읽기로 했다. 이런 것들이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 아닐까.

 

(중략)... 그러나 비어 있는 공간에 음악이 잘 울리듯 혼자라는 공간 속에서 고독은 저만의 깊이를 갖는다. 아무도 없는 밤을 지새우며 장미는 저 혼자 향기를 품고, 길 위에서 방랑자는 외로움과 맞서는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은 그 모든 것에 반응하지 않고 묵연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외로움 또한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감정에 반응하지 않는 이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으니 그럴 때의 외로움이야말로 텅 비어 가득한 충만함이다.

몇 년 전부터 사람의 마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세태가 만연하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저자 김완은 인터뷰에서 자살로 죽음을 맞이한 어느 분의 집에서 그러한 자기 계발서를 여러 권 발견했다고 말한 적 있다.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뭐 등등 외로움을 채울 수 있다는 양 신기루를 보여주며 그들을 홀린다. 외로움은 자기 스스로 이겨나가야 하는 과정이지 라이언이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로움은 느껴지더라도 반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인가를 가장 오래 가게 하는 방법은 바로 그것에 저항하는 거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외로움에 반응할수록 외로움은 내 마음에서 강해질 것이다.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건 다 거짓말 아니면 착각이다. 어떤 인생에도 성공이란 없다.

성공이란 뭘까. 우선 이것부터 추상적이다. 내가 지금껏 속 얘기를 했던 사람들 중에서 저 하나 슬픔 없는 사람이 없었다. 돈이 많은 사람, 돈이 적은 사람, 남자, 여자 등. 내 주변에는 성공한 사람을 따라가려는 사람이 많고, 성공에 대한 책이 자주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그만큼 성공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거겠지. 그러나 내가 항상 느끼는 것은 환경이란 변수이다. 환경이란 변수는 참으로 값이 다양해서 예측 불가능하다. 경제학자들도 빠삭한 경제 이론을 내세우고 저명한 인사로 대접받지만 그중에서 이론을 적용해 투자에 성공했다는 학자는 못 들어봤다. 하물며 인생은 어떨까 싶다.

 

인간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상대에게 뭘 바라는지 냉철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내가 바라고 있는 그것이 내 안에 있는 결핍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좀처럼 사람과 갈등이 생기는 편은 아니지만, 친할수록 사소한 다툼들이 생기는 것 같다. 혹은 내가 바라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시간에 여유를 두고 천천히 생각해보면 내 안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스킨십을 원했을 때는 확신을 원해서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내게 확신이 없어서였나라는 생각도 든다. 이 글귀가 내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때쯤 혜민 스님의 풀소유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 와중에 글귀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영어나 수학만이 아니다. 마음을 길들이고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누가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인생 학교니 치유 학교니 이름을 걸지만 그것을 가르칠 수 있는 이야말로 여여하게 살 수 있을 만큼 마음이 큰 사람이다. 제 마음도 마음대로 못 하면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르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가르친다는 것은 인생의 험한 길을 제대로 경험하고, 제대로 넘어온 사람이나 가능한 일이다. 가르치기보다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삶에서 조금 안다고 스승이 되려 하지 말자. 조금 안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다.

혜민 스님은 과연 인생의 험한 길을 제대로 경험한 사람일지 의문스럽다.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유학도 다녀오고 내가 그의 인생 속가지까지 잘 알지 못하지만 창창한 인생 살아오며 서민들이 겪은 고통을 과연 그가 알지 의문이란 것이다. 이 책은 논란이 터지기 전에 쓰인 책인데 김재진 작가의 선견지명이 돋보였다.


이 책은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작가의 생각이 요즘 에세이 작가들과 비슷하진 않다. 외로움과 고독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게 의존하는 것에 벗어나 독립적으로 삶을 양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을 듯하다. 또 연인에게 선물하고 싶을 때 의미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다면 이런 책은 어떨까 싶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