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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2050 거주불능 지구」, 지속 가능한 미래는 있을까

by 은하수여행가 2020. 12. 1.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청림출판, 2020

 

이 책은 인류가 지구를 살아가는 방식에 지구온난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는 책이지 지구온난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무관심으로 일관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에 대해 낱낱이 밝혀주는 책이다.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우리는 미래에 어떤 환경에 살 것인지를 알려줌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경제 성장률과 환경 파괴는 비례 관계를 갖는다. 책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높게 잡히는 경우 유엔에서 '평상시' 기준으로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 확률이 3분의 1 이상에 해당한다고 한다. 저자는 지금부터 바꾸기 시작한다면 미래에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환경도 보전할 수 있다고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에게 제시한다. 또, 환경오염이 심해질수록 경제 성장률은 급격하게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결국 답은 정해져 있는데 우리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나는 목표 달성 앱을 자주 이용한다. 유캔두라는 어플인데 이 어플 메인 화면에서 항상 보이는 목표 달성 주제는 환경 보호이다. 플라스틱 아끼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심지어는 메일함 정리도 있다. 그러나 사실 경제도 그렇지만 환경오염도 부자들이 대부분의 책임이 있다. 실제로 세계 상위 10% 부자들이 평균적으로 생성하는 탄소발자국을 유럽인 수준으로 제한한다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3분의 1만큼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새로웠던 점은 우리에게 플라스틱 아끼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같은 생활 속 환경보호를 권하는 모습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사실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환경 오염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조금 늦춰졌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것이다. 

지구 대기 중에 떠다니는 모든 종류의 입자를 포괄하는 에어로졸은 오히려 햇빛을 지구 밖으로 반사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 (...) 에어로졸은 이미 꽤 많은 양의 햇빛을 지구 밖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에 산업 시대 이후로 지구는 원래 뜨거워졌어야 할 수준보다 3분의 2 정도만 뜨거워졌다.

이 문단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혹시 무력감에 물들어 있는가? 우리는 지금 긍정 편향보다 부정 편향에 휩싸여 있다. 위기를 예정된 패배로 인식하여 지금과 같은 경고의 소식을 전하더라도 체념에 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투표라고 말한다. 내 생각에는 우리가 일회용품, 플라스틱 적게 사용해봤자 트럼프가 환경 규제 완화시키고 파리 기후 협약 탈퇴함으로 만들어내는 환경 파괴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 속 자본주의 아래 승자 독식 성향으로 경쟁적인 시스템 속에서 승자는 자선을 베풂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이조스, 세계자연기금 등 환경보호단체 16곳에 8760억원 쾌척

지구펀드, 기후변화 막는 단체에 보조금 지급베이조스 “100억 달러 기금의 시작에 불과”맹그로브숲 보전·메탄 배출 모니터링에 사용▲제프 베이조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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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들이 탄소 배출량에 기여하는 비율이 아주 크지만 이를 통해서 얻은 이윤 일부만을 사회에 환원한다. 심지어는 환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이 떠오른다. 공유지의 비극 해결법에는 자율 규제, 피구세, 코즈적 접근법 등이 있는데 어떻게든 해결법을 적용했으면 좋겠다. 그런 해결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한 표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것은 또 명심!

인도는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비중에 비해 4배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정확히 정반대에 놓여 있다. 경제적 피해에 비해 책임 비중이 4배 더 크다. 안타깝게도 중국이 녹색 에너지 혁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인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기이할 만큼 균형이 맞는 업보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입을 경제적 피해가 전 세계 탄소배출량에 기여하는 비중과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다고 절대적인 수치 자체가 낮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심각한 피해를 입으리라 예측된다.

어지르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어쩌면 정확히 들어맞는 말은 아닐 수 있지만 이 글귀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겠지. 환경 오염에 대해서는 모두가 책임이 있지만 책임 비율이 나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는 오염시켰어도 피해를 덜 입고, 누구는 그렇게 오염시키지 않았는데 피해를 더 입는 것은 정말로 공유지의 비극인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환경 보호에 기부금을 주면 좋게만 바라봤는데 책임이 나뉜다는 것이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앞으로 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겠지.

 

아래는 내가 책을 읽게 된 계기이다.


오래전 청림출판으로부터 책을 받아 내 책장에서 곤히 잠들어있던 책이었다. 가끔씩 내가 잠에서 깨우기도 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있어 다시 잠들던 책이었다. 그랬던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에는 한 유튜버의 영상 때문이었다.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한 유튜버

이 유튜버는 20년 12월 1일,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기준 10만 유튜버이다.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지구 온난화를 부정한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고, 더 놀라웠던 것은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는 나였다. 분명히 잘못된 것은 아는데 설명하기 어려워했다. 이것이 나는 화가 났고 책장에서 이 책을 깨우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이 책의 내용 중 5분의 1은 주석이었다. 주석, 즉 출처 자료가 많다고 해서 출처 자료의 신뢰성을 반드시 높이는 것은 아니지만 어떠한 것들은 의미한다. 그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학자 간 많았었고 그러한 논의 과정을 통해 나온 정설은 지구 온난화는 실재하고, 인간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 유튜버는 말하길 인간은 지구를 그렇게 망칠 영향력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며 부정하며 꺼낸 논리 중 하나가 이미 인간은 생태 피라미드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근데 생태 피라미드에 벗어날 만큼 놀라운 인간의 존재가 지구를 망칠 역량이 과연 없을까? 전 세계 포유류의 무게를 모두 합치면 그중 인간과 인간이 키우는 포유류가 96%를 차지한다. 소, 돼지는 각각 10억 마리 존재하고, 닭은 (18년 기준으로) 한 해 도축되는 마리 수만 660억 마리이다. 이렇게 생태 피라미드를 좌지우지하는 인간이다.

 

유튜버는 또한 설사 '지구온난화가 실재한다고 하더라도' 부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꺼내오는 논리는 응분의 논리이다. 서양이 그동안 환경오염을 해왔는데 우리도 못할 것 어디 있냐는 식이었다. 우리도 누릴 것 다 누리고, 단 멸종할 정도는 아니게 이용하자고 말을 하는데 지금 기후 변화로 한해에만 수만 명이 죽어간다. 이러한 그의 의견 전개 과정에는 지구는 절대 멸망되지 않으리라는 신뢰가 깔려있는 듯하다.

 

맞다. 그의 말이 맞다. 지구는 멸망되지 않다. 수차례 온실 효과로 생태계가 멸망했을 때에도 지구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인류가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솔직히 말해서 나도 모든 인간이 죽을 것 같진 않다. 방공호를 세우든, 일론 머스크처럼 별나라로 가든 인류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인류에는 당신이 포함돼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말로 당신이 그 소수에 포함되리라는 막연한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책 이야기로 넘어가서 이 책은 사실 우리에게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마세요'를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에게 투표를 강조한다. 전 세계 부 상위 10%가 환경오염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콘크리트의 탄소 배출량을 국가로 따지면 세계 3위이다. 우리는 상위 10%도 아니고, 콘크리트를 자주 소비하지도 않는다. 결국 이런 것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일회용품 쓰지 말기, 플라스틱 사용하지 말기를 강조하지 않은 것이 신선하다. 환경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여타 다른 환경 보호론 책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다만 이 책 초반부에서는 수치가 자주 등장하는데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한 목적인 것 같다. 여러 가지 비교를 통해 현재 환경오염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려 하는데 그러한 비교가 달갑진 않았다. 예를 들어, 몇 백 년 전(산업혁명 前) 인구 수와 현재 인구수를 비교하는 것이라던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지 확실치 않은 물가 비교 등 때문이었다.(물론 출처 자료를 찾아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귀찮음) 그럼에도 수없이 많은 출처 자료들을 밑바탕으로 한 의견 전개는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