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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성선설, 성악설? 아니 둘 다!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by 은하수여행가 2020. 12. 13.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 가지 흥미로운 주제를 들고 왔습니다. 인간의 폭력에 대해 진화생물학적으로 탐구한 책인데요.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을유문화사 출판

 

우리는 책 제목처럼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한없이 사악합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복잡한 사회 체계를 구성할 수 있지만, 때로는 국가적 차원에서 학살을 저지르는 만행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아돌프 히틀러가 저지른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인 사례지요. 이 책은 그러한 인간성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진화적으로 탐구한 책입니다. 저자는 작중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는 홀로코스트와 같이 냉혹하게 계획된 폭력을 '비인간적'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계통 발생적으로 볼 때, 그것은 전혀 비인간적이지 않다. 그것은 심오하게 인간적이다. 다른 포유류들은 동종을 대량 살상하기 위해 그렇게 계획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범죄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유튜브나 인터넷 기사 댓글에 항상 올라오는 베스트 댓글은 '관상은 과학이다.'이죠. 저는 이 과정이 자신은 그런 범죄와 멀리 있을 것이라는 자기 위안에서 온다고 추측하는데요. 사실 범죄자들은 우리 이웃집에 사는 사람과 그리 다를 바가 없기도 합니다. 히틀러도 채식주의자에 근현대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만든 동물보호가이기도 했죠.

이렇게 아주 악한 사람도 유순한 면이 있지만 우리는 그들의 범죄를 합리화하거나 변명하게 될까 봐 그들이 친절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주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심코 넘겼던 궁금증이 있었을 겁니다. 왜 인간은 그리 착하면서도 그리 사악하기도 할까.


이 책에서는 공격성을 두 가지 종류로 규정합니다. 반응적 공격성주도적 공격성입니다.

 

반응적 공격성이란 모욕, 당황, 신체적 위험 또는 단순한 좌절과 같은 자극에 대한 반응입니다. 이 공격성의 목적은 도발적 자극을 제거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반응적 살인자들은 보통 뇌의 억제 부분인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적어 스스로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편입니다.

 

주도적 공격성이란 계획된 공격으로 목적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고, 일관된 목표에 집중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 행동은 오히려 자기를 위한 보상으로 작용합니다.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범죄의 경우 대다수 주도적 공격성을 갖고 있는데요.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때로는 덜 활동적인 편도체를 갖고 있어 상대에 대해 두려움을 덜 느낍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반응적 공격성이 낮고 주도적 공격성이 높습니다. 인간은 왜 이런 종일까요?


개, 소, 돼지, 염소 같은 동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뭘까요? 맞습니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종이죠. 그럼 이 리스트에 인간을 추가해볼까요? 어떤 공통적인 특징들을 갖고 있을까요.

  • 길들이기 된 동물은 대부분 야생 조상보다 몸이 작다.
  • 길들이기 된 동물은 야생 조상의 얼굴보다 짧고 상대적으로 앞쪽으로 덜 튀어나오는 경향이 있다.
  • 수컷과 암컷의 차이는 항상 같은 이유로 야생 동물보다 가축 동물이 덜하다. 즉, 수컷의 성질이 덜 강조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포유류든 조류든 길들이기 된 동물들은 야생 조상보다 더 작은 뇌를 갖는다. (유럽에서 현대인의 뇌는 2만 년 전 인간의 뇌보다 10~30% 더 작다.)

호모 사피엔스도 조상종과 비교하면 길들여진 종들과 비슷한 특성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 가지 추측을 할 수 있는데요. 인간도 길들여졌다! 그러면 누구에게? 과거에 이를 연구한 학자들은 상위 종 혹은 신이 인간을 길들이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고 인간이 누구에게 길들여졌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보노보라는 종이 있습니다. 보노보는 침팬지의 미성년 격인 모습을 갖고 있죠. (길들이기 증후군 중 하나인 유형 진화는 조상의 미성년격 특징을 보입니다.) 그러나 침팬지보다 훨씬 유순하고 모계 사회를 이룹니다. 수컷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면 암컷들이 제지하는 사회죠. 아까 인간을 추가한 리스트에 보노보도 넣어보겠습니다. 공통적인 특징은 길들여졌다는 건데 인간이 보노보를 길들였을까요?

아뇨. 보노보는 보노보 스스로를 길들였습니다. 보노보가 어떻게 스스로를 길들였는지는 댓글을 통해 질문해주시거나 책을 통해 확인하면 좋을 듯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요. 이렇게 보노보가 보노보 스스로를 길들인 것은 인간도 인간 스스로를 길들일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그러나 왜 길들이기 된 동물은 조상보다 작은 치아, 뇌를 갖고 있고 때로는 흰색 반점과 퍼덕거리는 귀를 갖고 있을까요? 이에 대한 대표적인 전통 가설로 '평행 적응 가설'이 있는데요. 즉, 각각의 특성들은 모두 인간과 함께 사는 것에 대응하여 독립적으로 진화한 적응이라는 것입니다. 

 

인간과 지내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접한 동물들은 큰 치아가 필요 없어졌고, 위협이 낮아지면서 뇌가 불필요해졌고, 청력도 불필요해져서 퍼덕거리는 뇌를 가졌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가설은 아주 큰 난점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그것은 바로 남성의 유두입니다. 평행 적응 가설에 따르면 인간의 유두는 왜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길들이기가 왜 일어났는지는 소련의 유전학자 벨라예프에 의해 명확히 해결되게 됩니다. 벨라예프는 야생 여우를 잡아 유순성을 기준으로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눴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일어났는데요. 4세대만 지나도 꼬리를 치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였고, 선택적인 육종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자 길들이기 증후군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인 흰색 반점이 일어난 겁니다. 이외에도 15~20세대가 지난 후 퍼덕거리는 귀, 말린 꼬리, 다리가 짧은 여우, 윗니가 아랫니를 덮은 여우들이 나타났습니다. 벨라예프는 밍크와 쥐 같은 품종으로도 실험했었는데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길들이기 증후군을 생물학적 시스템으로 증명했습니다. 신경능선세포와 갑상선 호르몬이 주축인데요. 공격성이 감소하면서 이 주축들이 감소했고 이에 따른 결과가 길들이기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특성들이었습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길들이기 증후군이 단순히 인간과 같이 살아서가 아니라 반응적 공격에 대항한 선택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겁니다. 길들이기 증후군을 갖고 있는 인간도 반응적 공격에 대항해 길들여졌다는 것이죠.


 

인간은 왜 반응적 공격성이 낮아졌고 주도적 공격성이 높아졌을까요. 그것을 바로 사형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언어의 개선과 함께, 지배적인 공격자가 된 집단의 일원을 배제하거나 배척하는 집단 구성원들이 연합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러한 연합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남성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의 인간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 

대다수 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하여 호모 사피엔스가 현생 인류로 거듭나게 된 근거는 의사소통과 같은 협력에 능숙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근데 개인적으로 사형이 진화를 불러왔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사형이라는 것 자체가 협력을 전제한 것인데, 이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물음 같아서요.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에서 유형 진화한 것이 호모 사피엔스라고 추측하는데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지능은 비슷했지만 감정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인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반면 사회적 협력 체계가 뛰어났던 호모 사피엔스가 사형을 시행함으로 반응적 공격성을 낮추게 됐다는 것이죠. 저도 사형이 현생 인류에서 반응적 공격성을 감소시키고, 주도적 공격성을 상승시킨 것에 기여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에서 유형 진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사회적 협력 아래에서의 사형 제도는 주도적 공격성을 높이는 것에 기여를 했다고 저 또한 생각하기 때문에 이어나가겠습니다. 사람들은 이 사형 제도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덕성을 탄생시켰어야 했죠. 혹시 최후통첩 게임을 아시나요? 이 게임은 참여자 A가 돈을 어떻게 나눌지 제안하면, 참여자 B가 Yes or No를 외치는 게임입니다. B가 No를 외치면 둘 다 돈을 못 가지죠. 사실 경제학적으로는 A가 100달러 중에 99달러를 A가 갖고 B가 1달러를 갖더라도 B는 찬성해야 맞는데요. 실제로는 A가 80% 이상의 비율을 가질 경우 B는 거의 거절한다고 합니다. 근데 도덕성이 없는 원숭이는 본인이 사과 100개 중 하나만 갖더라도 찬성하는 동물입니다. 인간이 가진 도덕적 감정인 '수치심', '당혹감', '따돌림', '죄책감' 같은 경우는 다른 동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감정인 겁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계획적으로 제거하여 무리에서 인정받으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런 연합에서의 암투는 도덕적인 감정을 탄생시키는 동시에 인간의 주도적 공격성을 오히려 상승시키는 모습을 만든 거죠. 이렇게 도덕적 감정이 왜 생겼는지 진화학적으로 설명하는 논리적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끝으로.

 

이 책은 인간이 반응적 공격성이 낮아지게 된 원인에 대해 명쾌히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읽으면서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반면 주도적 공격성에 대한 설명에는 비교적 최근에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근거가 다소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도덕적 감정이 왜 생겼는지를 사형 제도와 연관시켜 설명한 것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와 닿았고요. 사람이 왜 선하고, 또 나쁜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흥미로운 부분들이 여럿 있었는데요. 그 부분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1. 수컷이 이유 없이 암컷을 때리는 행위. 

 

인간뿐만 아니라 침팬지도 이유 없이 암컷을 때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런 공격에서 수컷이 목표로 하는 것은 자기가 선택한 암컷이 미래에 자신의 성욕에 쉽게 응할 수 있도록 협박하는 것이다. (중략) 암컷을 위협하는 수컷의 능력은 가능한 한 많은 자손을 갖게 하는 전략의 핵심 요소다.

2. 큰 신체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의 위험 요소 이기도하다.

 

3. 얼굴이 넓은 남자들은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2008년 이후 오늘날의 남성 사이에서도 얼굴의 폭은 반응적 공격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네요.

 

4. 동성애적 행동은 성행위가 호르몬의 통제로부터 해방된 큰 뇌를 가진 종들에서 두드러진다.

 

'길들이기 증후군의 한 가지 중요 특성인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는 정상 이하 수준의 안드로겐에 노출시킬 경향을 높게 해 남성이 동성애자 될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이는 레즈비언 여성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5. 과거의 추세로부터 추정하면, 세계 국가는 서기 2300년에서 3500년 사이에 세워질 것이다.

 

이렇게 먼 미래에나 탄생한다고 하니 걱정스럽습니다. 환경오염이나 양극화 같은 문제는 세계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