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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시장이 자유로울수록 경제적 불평등은 심해진다 | 『21세기 자본』

by 은하수여행가 2020. 12. 10.

이 책은 주석까지 합치면 800여 페이지, 본문만 봐도 700페이지라 선뜻 읽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yes24 리커버를 보고 충동구매를 해버려서 읽었는데 여러분은 저의 리뷰를 통해 이 책을 읽을 수고로움을 덜어가길 바랍니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여기 한 이론이 있습니다. 이 이론은 자본주의 및 시장경제체제를 옹호하는 이론으로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의 발전 단계에 이르면 소득불평등이 적정 수준까지 자연히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1955년에 제시된 이 쿠즈네츠 이론은 프랑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자본주의 국가들에게서 수용되었고 큰 영향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이 이론은 틀렸습니다. 이 이론을 만든 쿠즈네츠 역시 자료의 부적절성을 알고 성급한 일반화를 하지 말 것을 언급했으나 냉전의 산물로 이용됐었죠.

 

반면 이 책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여러 가지 정확하고 방대한 자료들을 이용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상속세 신고 자료와 국부의 총량을 확인함으로 의견을 개진했죠. 그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끌어낸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불평등한 힘이 지속적으로 승리하는 것을 막는 자연적이고 자생적인 과정은 없다.

 

과연 역사적으로 불평등이 줄었을 때는 언제일까요. 프랑스 계몽 시대 때? 아뇨. 그때도 농민들의 삶은 똑같이 고되었습니다. 불평등이 줄었을 때는 다름 아닌 전쟁이었습니다.

20세기에 과거를 지우고 사회가 새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조화로운 민주적 혹은 경제적 합리성이 아니라 바로 전쟁이었다.

그로 인해 20세기 세계 대전으로 인해 부동산을 비롯한 부자들의 자산이 상당 부분 사라졌고, 남아있던 부자들에게서 정부가 전쟁을 복구하기 위한 세금으로 내놓은 것은 다름 아닌 누진적 소득세입니다. 그 이후 남아있는 누진세는 현재까지 불평등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의 기여를 하고 있죠. 

 

여기서 잠깐, 경제적 불평등은 왜 일어날까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貧益貧)'. 역사적으로 자본 수익률은 2~3% 정도입니다. 여기서 토마 피케티는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등식을 꺼냅니다. 그것은 바로 'r> g'으로 r은 연평균 자본수익률, g는 경제성장률을 의미합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서면 상속재산이 생산이나 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역사를 통틀어봤을 때 경제성장률이 연 3%를 넘어갔던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또한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평균 비용은 감소한다는 규모의 경제가 자본에서도 비슷하게 보이는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을수록 자본의 평균 실효수익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첫째, 실패를 해도 괜찮으며, 둘째, 돈이 많을수록 돈을 불릴 방법들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사모펀드, 부동산 등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은 모두 일정 이상의 자본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21세기에 불평등이 심화될 이유는 두 가지 더 있습니다. 인구 성장률 감소입니다. 인구 증가율이 높을수록 상속받는 부의 중요성은 낮아지는 반비례 관계를 갖는데요. 그 이유를 저자는 극단적인 예로 설명합니다.

극단적인 예로 세상의 모든 부부가 똑같이 각각 10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되면 각자의 자녀에게 유산을 10분의 1씩 나누어주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상속재산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 분명히 더 낫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상속재산의 영향력이 전반적으로 크게 줄어들고,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의 노동과 저축에 의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터이다.

결국 인구 감소 및 생산 성장률 감소(생산 성장률 감소는 필연적인 것은 아니나 어떠한 파격적인 기술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이어지는 경제 성장률 감소는 부등식 r> g를 더욱 심화시키게 됩니다. 이러한 미래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공정한 사회질서와 대비되는 흐름인데요. 결국 저자는 우리가 시장의 힘이나 기술 진보에 의존할 것이 아닌 '특별한 제도를 고안해낼 것'을 주장합니다. 그 '특별한 제도'는 뭘까요?


 

바로 글로벌 누진적 자본세입니다. 누진적 자본세는 자연적인 흐름으로 해결되지 않는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실질적 해결책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러나 세계화로 인해 조세피난처가 생긴 지금 각국의 조세 제도만으로는 불평등이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국제 협력을 통한 금융 투명성과 정보 공유 문제를 해결할 것이 요구됩니다. 저자 또한 근시일 내로 글로벌 누진적 자본세가 도입되리라고 전망하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누진적 자본세는 부에 대한 명확한 통계 자료를 통한 탈세 방지 및 불평등 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소득세로 신고되지 않는 자산 증식이 세계적으로 상당하기 때문이죠. 물론 이 모든 것들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사안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누진적 자본세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난관이 여럿 있는 듯합니다. 그중에는 대표적으로 '세습 중산층'과 '능력주의 원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예술로 표현하거나 정치적으로 바로잡기가 더욱 어렵다. 사회의 나머지와 맞서는 소수의 엘리트층과 싸우기보다는 전체 인구의 광대한 부분과 겨루게 되는 아주 흔한 불평등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쟁 이후 상위 10%의 부 일부를 잃으면서 주로 상위 50% 가량의 '세습 중산층'이 혜택을 얻었습니다. (물론 하위 인구 50%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상당히 많은 세습 중산층의 탄생은 소득 재분배를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고 피케티는 지적합니다.

 

"산업 체계가 가져온 결과 중 하나는 인위적 불평등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적 불평등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할 뿐이다." 뒤누아예에게 자연적 불평등은 신체적, 지적, 도덕적 차이를 포함하는 것이며, 이러한 차이는 그가 어느 곳에서나 맞닥뜨리는 새로운 성장과 혁신의 신경제에 핵심적인 요건이었다.

지식의 확산, 그리고 기술과 훈련에 대한 투자가 그 우리 사회에서는 특히 인적자본이 증가할수록 능력주의 원리에 따라 불평등이 덜 고착화된 사회가 된다고 믿어집니다. 실제로 지금은 귀족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수많은 CEO들이 부자 순위를 다투는 경향이 큽니다. 대표적으로 애플 CEO 팀 쿡은 18년 기준 애플 평사원 대비 283배 많은 1520억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으로 CEO의 능력이 과연 그만한 임금을 받을 만 한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입니다. 또 개인적으로 저는 총균쇠 및 여타 인류학 및 진화생물학 책들을 읽으며 앞서 말한 선험적 요소 및 자연적 불평등이 인류에 기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고 믿기 때문에 능력주의 사회가 과연 정당한 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있습니다. 물론 능력주의 사회가 상대적으로 기준 삼기 쉽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자본세를 통한 이러한 불평등 완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능력주의의 환상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이는 글로벌 자본세 도입을 난관에 봉착시키는 주요한 요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 책 제목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유사한데요. 『자본론』저자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지속될 수 없다고 예상했습니다. 무한한 자본축적은 자본수익률을 제로에 수렴한다고 수학적으로 도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결정적으로 하나 빼놓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구조적 성장이었습니다. 이렇게 21세기 자본주의는 그의 예측과 다르게 구조적 성장을 통해 멸망을 벗어난 듯합니다. 그러나 구조적 성장은 점점 둔화될 것입니다. 인구 성장률은 갈수록 둔화되고 이에 따라 불평등은 심화됩니다. 이러한 미래 속에 토마 피케티가 소개한 '글로벌 누진적 자본세'가 함의하는 바는 여러분께 어떨지 궁금합니다.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내가 궁금증을 해소했던 부분들)

 

Q1. 평균 연령이 증가하면서 상속 자산의 중요성이 약화되진 않았을까요?

A1. 많은 재산을 가지면 실효수익률이 높아진다고 말씀드렸죠? 마찬가지로 고령자들의 상대적인 부가 커짐으로 상쇄되고 사람들이 더 늦게 사망하는 사회와 사람들이 사망하지 않아 상속이 실제로 사라지는 사회와는 매우 다르다고 합니다. 또 증여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이외 궁금한 점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답변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